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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22 [찬첸] 너와 나의 거리

 

 

*센티넬버스

 

 

 


 

 

너와 나의 거리

w.판더비

 

 


 

 

 

 

 

선생님, 데이터베이스 전 수치 증가합니다!

진정제 더 투여해! 박찬열 이 새낀 언제 오는 거야?!

네네, 왔습니다. 이 새끼 왔어요.”

 

 

 

 찍찍 슬리퍼 끄는 소리와 함께 밖에서 보지 못하게 쳐진 커튼이 착 열린다. 응급실의 긴박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유로운 얼굴을 한 찬열이 민석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마저도 쩌억, 입을 벌려 하품하는 걸 가리느라 제대로 흔들지도 못했다. 찬열의 몰골을 본 민석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지금까지 퍼질러 자고 있었는지 머리는 까치집에, 후드 집업을 대충 걸친 채 슬리퍼를 신고 왔다. 대체 이 시간까지! 민석이 이를 갈았다.

 

 

 

호출한지 몇 십 분이 지났는데 이제 와?!!”

제가 지금 이 시간에 호출 당할 줄 알았겠어요?”

가이드 훈련시간에 아직도 그 꼴을!”

선생님! 환자 상태가!!”

 

 

 

 삐, , 기계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민석이 씩씩대며 찬열을 침대 옆으로 떠밀었다. 하품할 때 맺힌 눈물을 쓱 닦은 찬열이 침대에 꽁꽁 묶여 발작하는 인물을 확인하곤 씩 웃었다.

 

 

 

벌건 대낮부터 날 호출하는 인내심 없는 센티넬이 누군가 했더니.”

으으윽!!”

우리 쥐방울이었네.”

 

 

 

 삑, , . 경고음이 점점 커진다. 침대 난간을 타고 파지직, 전류가 튀었다. 잔말 말고 빨리 가이딩해!! 민석이 윽박을 지르자 찬열이 예, . 대충 대답하며 몸을 기울여 종대의 입술을 찾아 물었다. 침을 흘리며 입을 크게 벌리고 있던 종대는 온 힘 다해 찬열의 입술을 빨아댔다. 며칠 굶다가 젖을 문 새끼처럼 애타고 간절한 모습이다. 질척한 소리에 간호사들은 물론 민석도 고개를 돌렸다. 스킨십과 동시에 기계 속 그래프가 낮아지고 있다. 크게 튀어 오르던 전기도 사라지고 몸에 힘이 빠진다. 그러나 수치가 안정화를 찾았음에도, 종대는 여전히 찬열을 갈망하고 있었다.

 

 

 

어허, 이거면 됐지.”

 

 

 

 아직 묶여 있는 종대의 몸을 꾹 누른 찬열이 침으로 번들번들한 종대의 입술을 쓱 닦아주었다. 그런 간단한 접촉에도 종대의 상태는 뚜렷하게 나아진다. 기계에 나타나는 숫자를 주시하고 있던 민석이 바삭 얼굴을 구겼다.

 

 

 

내가 함부로 각인하면 안 되는 몸이라.”

 

 

 

  리 쥐방울 목숨 살렸으니, 이제 가도 되죠? 찬열은 입술을 혀로 훑으며 민석에게 물었다. 민석은 찬열을 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하기도 귀찮았다. 민석은 눈에 띄게 찬열을 싫어했고, 그 이유는 모두가 알만 했다.

 

 

 

 

 아주 오래 전 센티넬들은 권력의 최상위층에 있었다. 일반인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체력과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그들은 쉽게 권력의 중심에 섰다. 비록 능력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폭주한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힘으로 못할 일은 없었다. 자신들을 자제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냈고 그들을 개처럼 부렸다. 어디든 비슷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선 센티넬과, 바닥을 기며 센티넬의 도구로써 살아간 가이드. 한국의 경우 이들을 초인(超人)과 액받이라 불렀다. 혹자는 액받이란 말을 두고 정액받이가 아니냐며 비웃었다. 가이드에 대한 인식은 그만큼 지저분했다.

 

 

 

 상황이 뒤바뀐 건 기술의 발전 때문이었다. 센티넬을 경외하면서도 늘 시기하던 일반인들이 무기를 손에 쥐었다. 과학의 진보로 센티넬의 목숨을 위협할 약도 개발됐다. 주사 한 방에 초인의 역사는 허망하게 막을 내렸고, 센티넬들은 꼭대기에서 비참하게 끌어내려졌다. 그들은 곧장 영토 확장의 전쟁 무기로 사용됐다. 더 내려갈 지위도 없던 가이드 역시 한 데 묶여 인간 이하 취급을 받았다. 가이드는 그렇게 불렸다. 창녀, 남창, 쓰레기.

 

 

 

 

 민석이 저를 싫어하는 이유도 그런 편견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 몇 십 년 전 고리타분한 관념에 틀어박혀서는. 찬열이 뒷목을 살살 주물렀다. 2차 대전이 끝난 뒤에야 센티넬도, 가이드도 인권을 되찾았다. 명칭은 센티넬과 가이드로 고정됐으며 특수 군인 신분으로 국가에 소속된다. 한 명의 센티넬이 여러 명의 가이드를 취하던 옛 방식과 달리 지금은 가장 최적의 효과를 내는 매칭률을 찾아 일대일 교류를 시켰다. 속되게 표현하자면, 윤간에서 비로소 평범한 섹스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석이 그렇듯 아직까지 가이드를 낮보는 편견은 만연했다. 대부분의 센티넬들은 가이드를 자신들을 위한 치료도구, 섹스파트너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폭력적 시선이 가이드 지원율을 뚝뚝 떨어지는 원인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찬열은 그들이 참 병신 같다고 생각했다. 손 한 번만 잡아 달라고 개처럼 빌어도 모자랄 판에, 아주 배가 쳐 불렀어요.

 

 

 

 물론 찬열이 자신만만할 수 있는 배경은 따로 있었다. 찬열은 반년 전 가이드 최상위 등급인 A를 판정받았다. 현재 한국정부 소속 가이드 중 상위 1% 안에 드는 수치였다. 그것만으로 부서 내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매칭률 80%가 넘는 센티넬이 없다는 게 밝혀지며 더 큰 파란을 일으키게 되었다. 부서 공무원들이건, 센티넬과 가이드건 찬열을 볼 때마다 입을 가리고 수군대기 바빴다. 센티넬이 없는 가이드라고.

 

 

 

 제 센티넬이 어디서 이미 죽었는지, 아님 아직도 발현 되지 않은 건지는 찬열도 모른다. 어쨌든 파장이 맞는 센티넬의 부재가 찬열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건 분명했다. 희귀한 A등급인데다 센티넬을 배정 받지 못한 탓에 찬열은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각인 이하의 가이딩을 해야 했다. 귀찮아 죽겠는데 좋은 소리도 못 들었다. 가이드도 얻지 못한 주제에 센티넬들은 찬열이 가이딩을 하려하면 더럽다고 난리를 쳤다. 찬열은 그 때마다 환히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그냥 뒤지던가 씹쌔끼야.

 

 

 

 

저어, 저기요!”

 

 

 

 아아, 그래. 저 놈이 있었지. 익숙한 목소리에 찬열이 찍찍 끌던 쓰레빠를 멈추고 여유롭게 뒤를 돌았다. 응급실에서 허겁지겁 뛰어나오는 남자의 안색은 아직도 허옇게 떠있었다.

 

 

 

저어, 저기, 고맙습니다

저기가 누군데?”

, 박찬열 씨, 감사합니다.”

 

 

 

 이상한 센티넬이다. 찬열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저에게 꾸벅꾸벅 인사하는 센티넬을 내려 보았다. 평등하다 해도 아직 대다수의 센티넬들이 가이드에게 우위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편리한 진통제, 쾌락의 도구. 가이드가 없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으면서도 그렇게 여겼다. 몰락한 역사를 잊지 못한 채 갑으로서 군림하려 든다. 그러나 눈앞의 센티넬은 달랐다. 땀으로 말라붙은 앞머리에서 눈을 뗀 찬열이 거만하게 턱을 쳐들고 인사를 받았다.

 

 

 

뭘 이런 걸로.”

, 저기, 아니 박찬열 씨, 한테 제가뭐라도 답례를

 

 

 

 꼬물꼬물 손가락을 만지는 걸 보니 웃음이 샜다. 동그란 머리꼭지는 너무 뻔했다. 하고 있는 생각이 너무나 뻔히 들어났다. 벌써 몇 번째인가. 답례라니, 고고한 센티넬들은 가이드에게 이렇게 일일이 감사표시를 하지 않는다. 찬열은 미소를 띤 얼굴로 삐쩍 마르고 안색이 좋지 못한 그를 훑었다.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김종대, 스물다섯, 코드네임 첸, 전기 계열 센티넬, 평가등급 C, 가이드 없음. 그리고 분명히,

 

 

 

무슨 답례까지. 밥은 지난번에 얻어먹은 걸로 충분해.”

아니요, 그래도!”

그래도 뭐. 내가 지금 제일 원하는 건 침대 위에서 죽이게 뒹구는 건데, 우리 쥐방울 씨가 해줄 수 없잖아?”

 

 

 

 찬열을 좋아하고 있음. 찬열의 말을 들은 종대의 얼굴이 와락 붉어졌다. 저는, 제 이름은 쥐방울이 아닌데요. 작은 목소리로 항변했지만 찬열은 가볍게 넘겨짚었다. 센티넬이 가이드인 자신 앞에서 이렇게 수줍어하고, 갈망해하는 걸 보자 짜릿한 흥분감이 차오른다. 희열로 뻣뻣해진 목을 좌우로 푼 찬열이 손을 들어 땀에 젖은 종대의 앞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어떡하겠어. 나도 우리 쥐방울 씨 좋아하지. 근데 부서 내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내가 아무나랑 각인 할 수가 없잖아?”

전 그냥

당장 나랑 파장이 5, 60 퍼센트씩 맞는 A, B급 센티넬들도 안 된다는데.”

고작 너 같은 게.”

 

 

 

 종대의 귀가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만큼 달아올랐다. 입으론 그의 가장 아픈 구석을 후벼 파면서도 다정한 손길로 친절하게 앞머리를 정리해 준 찬열이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위로했다. 무리하지 말고. 한계치도 낮으면서 자꾸 능력을 써대니까 응급실 단골인 거 아니야. ? 그럼 간다. 찬열이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다른 센티넬이었다면 이미 찬열의 멱살을 잡고도 남았겠지만, 종대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찬열이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센티넬이 저래야지. 가이드 앞에서 개처럼 길 줄 알아야지. 그동안 잘못 되도 너무 잘못됐어.

 

 

 

 

 면전에서 자존심을 깎아내리긴 했으나 찬열이 종대를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생긴 것도 반반한 놈이 저 좋다고 꼬리 흔들며 쫓아다니는 꼴이 제법 귀여웠다. 선과 굴곡이 각진 것이 누구보다 남자다운데도 귀여운 맛이 있었다. 찬열은 종대가 아주 흥미로웠고, 종대와의 각인도 진지하게 알아보았다. 각인 후 자신의 가이드를 함부로 대하는 센티넬은 널렸지만, 강아지 새끼처럼 애정을 갈구하는 김종대는 절대 그러지 못할 거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찬열도 분명 종대에게 맘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가지의 문제점이 존재했다. 법으로 정해진 센티넬과 가이드의 각인 조건은 총 매칭률 80% 이상. 그리고 박찬열과 김종대의 등급 차, 신체 파장 저항력, 파동 일치 수를 종합한 매칭률은,

 

 

 

 

10%.

 

    

 그들은 각인할 수 없다.

 

 

 

 

 

 

 

또 응급실 다녀왔다면서요?”

으응, 세훈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종대는 세훈을 만났다. 세훈은 가이드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벨도 없는 새끼로 소문난 종대와 친한 몇 안 되는 센티넬 중 하나였다.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한 세훈이 투덜댔다. 그러니까, 급도 안 되는 임무에 왜 자원을 해요? 형 등급에 맞는 임무를 해야죠. 얼핏 재수 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걱정이 담긴 걸 알아 종대가 힘없이 웃었다. 종대를 폭주에 이르게 한 새벽의 임무는 원래 A등급인 세훈이 나가기로 했던 B+ 수준의 임무다. 종대가 세훈을 조르고 졸라 대신 투입된 거였다. 종대의 맥없는 웃음을 본 세훈이 한쪽 눈썹을 쓱 들어올렸다.

 

 

 

지금 웃음이 나요? 가이드도 없는 양반이 태평하기도 하지.”

뭐얼. 응급실 가면 대기 가이드도 항상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그 허접한 놈들은 안중에도 없잖아요. 매번 박찬열을 기대하고 쓰러지는 거 아냐?”

 

 

 

 야아,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종대는 복도를 둘러보며 작은 목소리로 핀잔을 줄 뿐 세훈의 말을 부인하진 않았다. 세훈이 고갤 저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어떻게 자기 목숨까지 걸고 만나지? 가이드가 없는 센티넬, 그것도 등급이 낮은 센티넬이 한계치를 넘어 폭주하기 시작하면 죽음까진 금방이었다. 다들 그게 무서워 몸을 사리고 임무에 색출되는 것도 싫어하는데, 이 형은 수준 높은 임무를 참가하지 못해서 안달이라니. 그게 다 박찬열을 만나기 위한 수작이라는 것을 아는 세훈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아니 형, 그러다가 진짜 죽는다니까?”

안 죽어어. 그냥 조금, 능력을 컨트롤하기 조금 어려워지는 거야.”

답답하네. 이봐요 김종대 씨. 그렇게 우연을 가장해서 폭주해가지고 박찬열이랑 섹스할 확률보다, 죽기 직전에 어느 떨거지 같은 가이드한테 덮쳐질 확률이 더 클 걸.”

, 나 그 사람이랑 섹그거 하자고 이러는 거 아냐!”

 

 

 

 그게 아님 왜 목숨 가지고 장난 쳐요? 형도 센티넬인 게 너무 싫어서 빨리 죽고 싶다, 이 과야? 그럼 내가 친히 바람 따라 정신병동에 데려가주고. 세훈의 신랄한 말에 종대가 팔뚝을 찰싹 때렸다. 형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그것도 아님 뭔데요? 난 이태까지 형이 박찬열이랑 섹스하고 싶어서 몸 굴리는 줄 알았지.”

목소리 좀, 세훈아. 난 그냥그냥, 센티넬 등급을 높이고 싶어서.”

뭐어? 어떻게? 그게 가능해? 능력을 많이 쓰면 는대요? 아니, 물론 나도 응용해서 쓰긴 하지만그래도 딱 자기 그릇 안에서만 가능한 거 아니야?”

 

 

 

 A등급은 A등급대로, B등급은 B등급대로. 그걸 바꿀 수 있다고? 세훈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묻자 종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원들 말로는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래. 전례는 없지만종대가 말끝을 흐리며 바늘자국이 남은 손등을 매만졌다. 투입되는 약물보다 즉각적인 효과를 주는 기운을 아직 몸이 기억하고 있다. 절대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존재.

 

 

 

그러니까나 그 사람이랑 매칭률이 너무, 너무 작으니까신체 파동은 어쩔 수 없지만, 내 등급이 올라가면좀 가까워질까 해서

 

 

 

 어이고, 그렇게 좋아요? 나였으면 그냥, 아픈 거 싫어서라도 80% 이상만 되는 아무나랑 바로 각인하겠다. 세훈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친하다 해도 종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다. 종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해를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A등급으로 능력 수치가 종대보다 훨씬 크고, 매칭률 94%의 가이드까지 존재하는 세훈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세훈과 헤어져 방으로 들어왔다. 종대는 가이드 없는 센티넬끼리 배정받은 6인실 기숙사에 살았다. 룸메이트들은 가이딩이 부족한 탓에 사소한 일에도 곧장 짜증을 냈다. 서둘러 가이드를 구해 숙소를 나가는 게 모두의 목표였다. 종대도 같은 방의 센티넬들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들처럼 열성을 다해 가이드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전 훈련시간이라 비워진 방에 들어온 종대가 2층 침대 위로 기어올랐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세훈과의 대화를 떠올린다.

 

 

 

난 이태까지 형이 박찬열이랑 섹스하고 싶어서 몸 굴리는 줄 알았지.’

 

 

 

 부인했지만 세훈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목적은 아닐지라도 분명 끝은 찬열과의 각인, 섹스이다. 찬열과의 섹스를 원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법으로 금지됐기에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뿐이다.

 

 

 

 후우. 몸을 뒤척여 바로 누운 종대가 한숨을 쉰다. 왜 그깟 가이드에게 목을 매냐고 묻는다면 바로 할 말은 없었다. 종대는 찬열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가 좋았다. A등급인지도 몰랐다. 당시 종대는 C- 수준의 임무에 나갔다가 폭주를 했고, 응급실로 이동 돼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다. 괴로워서 죽을 것 같았다. 근육이 경련하고, 제 멋대로 전기가 파지직 솟고, 그 전류가 종대의 내장에 충격을 줬다. 모든 감각이 몸의 통제를 벗어나 활짝 열렸다. 온 몸이 너무 아파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을 때,

 

 

 

, 이건 뭐야? 어디 발전기 들여 놨어요?’

비키세요!! 관계자 외엔

그 애니메이션 뭐더라. 쥐새끼가 전기 쓰는 거. , 쥐새끼는 좀 그런가?’

 

 

 

 눈물로 흐려진 시야에 미남자가 불쑥 들어찼다. 커다란 눈을 살짝 접어가며 그럼, 쥐방울은 어때?’ 하고 묻는 남자를 보는데, 종대는 그날 처음으로 센티넬만의 강렬한 소유 본능을 느꼈다. 당장 눈앞의 미남자를 가지고 싶었다. 저 사람을 만지고 싶어. 닿고 싶어. 그의 팔뚝을 어루만지고, 부드러운 입술이 닿고, 단단해진 아래를 부비고 싶어.

 

 

 그리고 놀랍게도 입술이 닿았다.

 

 

 

 그 열망은 단지 A등급인 가이드를 알아본 센티넬의 본능이었을까. 종대는 조금 더 특별한 것이라 생각해왔다. 눈을 감는다. 아직도 찬열의 습하고 따듯한 혀가 제 입 안을 핥아내는 것 같다. 머뭇대던 종대가 바지 안으로 슬그머니 손을 넣었다. 찬열과의 키스를 생각하며 수음을 한다. 죄책감은 시작부터 따라 붙었다.

 

 

 이게 과연 특별한 감정일까. 난 그저, 과분해서 좁힐 수조차 없는 거리의 A등급 박찬열을 탐하는, 발정 난 센티넬이 아닐까

 

 

 

 

 

 

 

 세훈의 비난에도 능력 사용 시간을 늘려 판정 등급을 올려보겠다는 종대의 의지는 굳건했다. 그래서 긴급소집 된 A- 수준의 테러 진압 작전에도 자원했다. 작전국장은 탐탁찮아 했지만 도심 속 쓸 수 있는 센티넬들이 없어 백업 멤버로 종대를 받아들였다. 테러 단체를 뒤에서 덮쳐야하기 때문에 모두 사복을 입게 됐다. 작전 당일, 회사원 차림으로 병원에 온 종대를 보고 민석이 픽 웃었다.

 

 

 

뭐냐 그건, 아빠 옷 훔쳐 입었냐?”

아니에요, 제 옷인데그건 됐고 저 빨리 주사 좀 놔주세요. 오늘 작전에,”

알아 임마. 준비 해 놨어.”

 

 

 

 종대처럼 가이드가 없는 센티넬들은 폭주를 예방하기 위해 작전 전 미리 제어 주사를 맞곤 했다. 몸에 좋지 않았으나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응급실 베드에 누운 종대가 핏줄로 퍼지는 싸한 약물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주사는 임시방편인 거 누누이 설명했지. 괜히 나서지 말고 뒤로 빠져 있어.”

선생님. 센티넬 각성한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도 가이드가 없는 거면, 앞으로도 찾기 힘들겠죠?”

……

저도 세훈이처럼 편하게, 포옹 한 번이면 종일 날아다닐 수 있음 좋을 텐데. , C등급이라 가이드 있어도 그건 힘든가.”

……

그럼 앞으로 평생 김민석 선생님이 놔주시는 주사 맞고 살아야겠네요.”

주사 놓는데 시끄럽게 하지 마. 방해 되니까.”

 

 

 

 차가운 민석의 대꾸에 종대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임무 전에 긴장 풀려고 던진 농담인데 민석의 반응이 날카로웠다. 응급실 단골이라 친해졌고, 늘 친절한 선생님이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한 말인데. 종대가 눈치를 보다가 꾹 눈을 감았다. 꿀렁꿀렁, 제어제가 몸으로 흘러오고 있었다.

 

 

 

 

 

 

 도심엔 마라톤 축제가 한창이었다. 정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중동 테러 단체가 이 도심 속에서 인질극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사복으로 잠복했다가 수상한 자가 나타나면 바로 인질 구출 및 범인 색출에 들어간다. 작전은 간단했지만 수만 명이 몰린 도심이란 복병이 존재했다. 백업으로 빠진 종대는 다른 멤버들과 인근 호텔 1층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인질극이 벌어질 만한 예상 장소는 마라톤 골인 부분, 폐쇄된 구 시청, 반대편 4층짜리의 허름한 상가. 종대가 앉아 있는 호텔 커피숍에선 예상 스팟들을 모두 내려 볼 수 있었다. 저 멀리서 세훈이 보이는 것 같다. 살짝 웃었던 종대가 미소를 지웠다.

 

 

 잠깐, 그렇다는 건

 

 

 

 

 

 어디서 쿠궁, 소리가 울렸다. 마라톤 중 폭죽이라도 터트린 모양이다. 찬열이 엘리베이터 숫자로 눈을 돌렸다.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섹스를 하러 나왔다. 매칭률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서 내 섹스 금지 명령을 받고 반 년 째, 찬열은 제게 맞는 센티넬이 나오기 전 욕구불만으로 죽겠다는 생각에 간신히 소개팅을 잡았다. 무려 각인 걱정 없는 일반인이다. 오늘이 첫 만남이지만 침대 위까지 가리라는 걸 찬열은 의심치 않았다. 제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호텔 레스토랑으로 장소를 잡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띠링,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한다. 그리고 동시에,

 

 

 

꺄아악!!!”

 

 

 

 투두두두, 발사되는 총소리와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몇 사람이 피를 쏟으며 쓰러지자 사람들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고, 찬열도 몸을 낮췄다. 호텔로비로 무장한 사람들이 들어온다. , 복면들, 낯선 언어. 숱하게 훈련 받은 대로 몸을 숨길 곳부터 탐색한 찬열이 벽에 붙었다. 부서에 연락을 넣고 기다릴까? 고민하는 사이 익숙한 얼굴들이 총알을 피해 후퇴하는 게 보였다.

 

 

 

“A팀 긴급 지원 바람!! 긴급 지원 바람!!”

, 후방으로 간다!! 레이가 도착할 때까지 부상자 보호하고 일반인 대피 도와! 보호막 제대로 쳐!! , 전방으로!”

 

 

 

 첸? 김종대? 뒤로 밀렸던 무리에서 마르고 날쌘 몸이 휙 튀어나갔다. 총성이 한 번 더 들리더니 곧 로비가 번쩍 빛났다. 찬열은 빠르게 상황판단을 했다. 센티넬 팀이 이미 현장대기 중이었다. 자신은 지금 작전 멤버가 아니고, 무엇보다 몸을 지킬 무기가 없었다. 대피해야 한다. 그러나 우르르 쏟아지는 일반인들 사이로 섞이면서도, 찬열의 눈은 전투 현장에서 떠날 줄 몰랐다.

 

 

 

 대치중인 센티넬들은 B등급의 백업 멤버다. 걔 중 C등급은 종대가 유일했다. 능력 상 김종대가 전방으로 나가는 게 맞지만긴장함이 역력한 종대가 번개처럼 전류를 쏘았다. 강한 타격을 주진 못했으나 적중률은 제법 좋았다. 무장한 테러범 열 명 중 둘이 파지직 튀어나간 종대의 전류를 맞고 쓰러졌다. 지원 요청을 한지 5분이 지났다. 어디에 있던 언덕 위 호텔까지 오는데 5분은 걸릴 것이다. 종대는 점점 지치고 있었다. 느리게 뒷걸음질을 치며 찬열이 입술을 씹었다. 빠르게 대피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의 굼뜬 동작은 곧장 테러범에게 포착됐다. 총구가 일반인 쪽으로 향하자 종대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도 찬열을 발견했다.

 

 

 

안 돼!!!”

 

 

 

 부서지고 깨진 호텔 로비에 전에 없던 커다란 빛이 번쩍, 내리쳤다. 공기 중 혈관 모양으로 파지직 퍼진 번개는 테러범들은 물론 주변 물건까지 강타해 불을 냈다. 엄청난 번개였다. 동시에 거센 바람이 불며 정문에서부터 다른 센티넬들이 들이닥쳤다. 멈칫했던 백업 멤버들도 합류하며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됐다. 아비규환이었다. 그들이 밀어붙이는 사이 찬열은 털썩 엎어진 종대에게 재빨리 뛰어갔다.

 

 

 

, 쥐방울 너!”

 

 

 

 찬열이 종대의 팔을 잡자마자 종대가 왈칵 구토를 한다. 온 몸에 경련이 이고 눈에 핏발이 섰다. 약물 부작용 혹은 능력 과다. 그를 둘러맨 찬열이 눈을 굴렸다. 아직 로비는 전투 중이었다. 바람, , . 갖가지 공격을 피해 흩어지는 테러범들을 본 찬열이 재빨리 1층에 선 엘리베이터 안으로 달려갔다. 손을 떨며 아무 층이나 누른 찬열이 종대 귀에 꽂힌 인 이어를 빼내 제 귀에 꽂았다.

 

 

 

본부! 가이드 박찬열입니다, 코드네임 첸, 센티넬 김종대가 현재 폭주 상태, 의무관 요청!”

-1층 소탕 중. 현재 사살 5

본부, 본부!”

 

 

 

 엘리베이터가 6층에 도착했다. 눈을 까뒤집고 경련하는 종대를 부축해 내린 찬열이 청소를 위해 활짝 열린 방 중 하나로 뛰어 들어갔다. 카드를 빼내 문을 잠그고, 침대 위로 종대를 눕힌 찬열이 잔뜩 경계하며 방을 수색했다. 쥐새끼 한 마리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인 이어를 만진다. 본부, 본부! 현재 안전을 위해 건물 6층으로 이동, 본부! 여전히 답은 없었다. 화가 난 찬열이 인 이어를 바닥에 내팽겨 쳤다. 씨발! 내가 가이드인데 왜 응급상황에 의무관을 요청해야 돼!? 침대 위 파지직 전류를 뿜어내는 종대에게 성큼성큼 걸어간 찬열이 그의 위로 올라타 입을 맞추었다. 시큼한 맛이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의식이 완전치 않은 듯 종대의 혀가 찬열을 따라오지 못했다. 게다가 키스 중인데도 발작은 여전했다.

 

 

 

, 정신 차려 새끼야. 너 이러다 죽어!”

 

 

 

 뺨을 때려보았지만 종대는 계속 몸을 뒤틀며 바르작대고 있었다. 숨이 막혀 차마 소리도 지르지 못한다. 응급실에선 이거면 괜찮았는데, 왜지. . A급 가이드인데.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당황한 찬열이 몇 번 더 키스를 해보았지만 종대의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손끝에서 튄 전류가 샹들리에에 맞아 와장창 깨져 내렸다. 이불은 군데군데 그을려 있었다. 능력이 전혀 컨트롤 되지 않는다. 찬열 눈에 그는 곧 폭주해 죽을 것 같았다. 이 씨발몸부림치는 종대를 다리 사이 가둔 찬열이 땀에 젖은 머리를 쓸고, 종대가 입은 와이셔츠를 풀기 시작했다. 볼품없는 판판한 가슴이 들어나자 얼굴을 묻었다. 손으로는 마른 허리를 야릇하게 쓸고, 입으론 가슴을 빨아들이며 떠올렸다.

 

 

 센티넬 법 91, 센티넬과 가이드의 각인은 반드시 총 매칭률 80% 이상이여야 한다.

 

 

 

 씨발, 뒤지는 것 보단 깜빵 가는 게 나을 거 아냐.

 

 

 

 

 정장 바지를 벗겨내고 툭 튀어 나온 성기를 스스럼없이 물자 종대가 앓는 소리를 냈다. 찬열은 종대의 허벅지를 힘주어 벌리며 기둥을 핥아냈다. 아으, , 물기 섞인 신음이 방에 울렸다. 엎드린 채로 고개를 꺾어 둔부까지 씹은 찬열이 다시 몸을 일으켜 종대의 입술을 찾았다. 위액의 쓴 맛과 비린 맛이 섞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 괴상한 맛이 찬열의 욕정을 부추겼다. 생각해 왔잖아, 네 밑에서 개처럼 비는 센티넬. 가이드인 네가 우위에 설 수 있어. 더럽고, 치졸하게. 이제껏 무시 받았잖아? 다 털어내. 모두 다.

 

 

 

, 찬열 씨!”

쉬이, 가만히 있어 봐. 너도 바란 거잖아.”

 

 

 

 종대가 정신이 든 듯 찬열의 손목을 쥐었지만 뿌리쳤다. 이제 이성을 잃은 건 찬열이었다. 억눌렸던 정복욕이 들끓었다. 내게 쩔쩔매는 이 가여운 센티넬이 과연 침대 위에서도 그럴까? 센티넬의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내게 안기려 들까? 센티넬을 안은 가이드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봐도 이제껏 힘을 가진 센티넬은 위고, 가이드는 아래였다. 그러나 찬열은 지금 종대를 깔고 앉아 마음껏 휘두르고 있었다.

 

 

 

 으흑, 찬열이 허벅지를 빨아들여 자국을 남기자 종대가 울음을 터트린다. 이 상황과 자극이 못내 두려운 듯 했다. 그게 찬열의 성욕을 더욱 부추긴다는 걸 종대는 몰랐다. 찬열이 바지를 벗는 사이 종대가 힘 빠진 팔을 들어 침대 헤드로 물러났지만 찬열은 발목을 잡아 손쉽게 몸을 뒤집는다. 그리고 짓궂게 물었다.

 

 

 

왜 뒤로 빼, 나랑 각인하고 싶어서 이제껏 쫒아 다녔잖아. 일부러 몸 상하게 해서, ? 귀찮게 불러내고.”

, 아니, . 찬열 씨이.”

“C급 주제에 센티넬이라고 자존심 부리는 거야? 죽어도 못 대주겠어? 말해 봐. 자존심 상해 죽겠지? 너 지금 내 아래 깔려 있잖아. 니들이 그렇게 무시해 못사는 가이드 아래에.”

 

 

 

 배아래 베개를 깔고 솟아오른 골 사이를 더듬었다. 아니, 아니에요. 아니에요. 흐느끼는 등에 몸을 붙인 찬열이 빨갛고 둥그런 귀를 잘게 씹었다. , 아으. 귀와 목덜미에 닿는 자극과 좁은 구멍을 비집는 손길에 종대가 정신을 못 차리고 고갤 저었다. 뻑뻑하고 마른 느낌에 인상을 쓴 찬열이 손에 침을 모아 뱉어 다시 비부를 건드렸다.

 

 

 

아파, 아파요. , 제발

제발 뭐. ? 똑바로 말해야지. 어떻게 해. 그만 둘까?”

 

 

 

 고개를 돌리자 바로 귀 옆에 있던 찬열과 눈이 마주친다. 종대는 찬열의 눈에서 하지 않은 말을 읽어냈다. 이제 가이딩은 그만 하자고? 네가 정말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종대가 울상을 지었다. 그렇게 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몸을 애무한 덕에 가이딩은 충분하다. 하지만, 하지만 종대가 원하는 건 단순한 가이딩이 아니라

 

 

 

, 천히, 안 아프게

 

 

 

 좋아하는 사람과의 섹스. 말을 마친 종대가 얼굴을 박으며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찬열이 느리게 숨을 뱉었다. 부끄러움에 등까지 새빨개진 나체를 보자 머리끝까지 쭈뼛 서는 기분이다. 가이드에게 스스로 다리를 벌려주는 센티넬이라니, 잔뜩 발기한 아래에 더욱 피가 몰렸다. 아래를 쑤시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뜬 찬열이 종대의 등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내가, 자제하긴 할 건데.”

아으응, , 천천히, 아앗.”

못 할 수도 있어. 그니까 참아.”

 

 

 

 씨발, 이 꼴을 지가 봐야 천천히 해달라고 못하지. 살집 있는 엉덩이 사이를 만지던 찬열이 이를 악 물었다. 가이딩이란 명분은 날아 간지 오래다. 이 발칙한 C급 센티넬은 폭주하는 한계도 빠르지만 회복도 금방이었다. 지금부턴 오로지 욕정의 시간이다. 다른 손을 아래로 넣어 아직 꺼떡이는 종대의 성기를 훑은 찬열이 삽입했던 손가락을 빼고 잔뜩 흥분한 제 것을 좁은 구멍에 맞추었다.

 

 

 

 

, 아아!!”

 

 

 

 찢어질 것 같아 겁이 난 종대가 뒤로 손을 뻗자 찬열이 종대의 손을 잡아왔다. 그대로 찬열의 성기가 아직 뻑뻑하고 좁은 내부를 밀고 들어온다. 아흐윽!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 종대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상했다. 너무나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래는 뜨겁고 커다란 게 들어차 찢어질 것 같이 아픈데, 몸 상태는 센티넬로 각성한 이후 가장 완벽했다. 몸 안의 모든 감각이 어느 때보다 맑다. 가장 커다란 번개도 당장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종대가 눈을 감은 채 오랜만에 느끼는 깨끗한 감각에만 집중하자, 찬열이 인상을 쓰며 뭉근히 허리를 돌렸다.

 

 

 

딴 생각이야, 어디서.”

아아, , , 어떡, 해에.”

이거 질투 나네.”

 

 

 

 내가, 좋은 거야, 내 가이딩, 능력이, 좋은 거야? 비좁다 못해 꽉 죄어오는 내부에 제 것을 퍽퍽 박아 넣으며 찬열이 심통을 부렸다. 종대는 이상한 느낌에 허리를 뒤채며 길게 울었다. ! ! , 니이! 아앙! 거세게 밀어 넣었다가 허리를 뒤로 빼면 종대의 뒤가 오물오물 찬열의 끝을 물고 놔주지 않는다. 찬열이 종대의 마른 허리를 잡고 추삽질의 속도를 높였다. 귀끝을 씹고 핥으며 속삭였다. 이렇게 잘 대줄 건데, , 센티넬로 태어났어? , 나랑 잤다고 말할 때, 어떡할래? 니가 뚫렸다고 그럴 거야?

 

 

 

, , 라아! , 으흑!”

힘으로 제압 할 수 있잖아. ? 왜 안 해? , 센티넬이고, 난 비범한, 초능력, 하나 없는, 가이든데. 하아, 좋아? 개처럼 기는 거 만족해? 이런 게 좋지?”

 

 

 

 아앗! 종대가 대답 하지 못하고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엉덩이만 높게 든 자세로 몇 번 더 왕복운동을 하던 찬열이 종대의 발목을 쥐고 그를 반 바퀴 돌렸다. 안에 가득 찬 성기가 내벽 깊은 곳을 돌며 자극하자 종대가 군데군데 태워먹은 침대보를 쥐고 몸서리를 쳤다. 아흐으-! 픽 웃은 찬열이 몸을 숙여 종대를 껴안는다. 맞닿은 온 몸으로 가이딩을 하고 있다. 이미 어느 때보다 완벽한 상태인데도 더, 조금 더.

 

 

 

 대책 없이 흔들리던 종대가 제 몸을 덮고 있는 찬열을 에둘러 안았다. 빈틈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내 것이다. 내가 가졌다. 이 잘난 가이드가 드디어 내 것이 됐다. 찬열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제가 이긴 것이었다. 가장 깊숙한 곳까지 내어주며 그의 온 몸을 옥죄고 있다. 센티넬 특유의 소유욕이 폭발하며 환희가 차오른다. 그의 모든 것을 끌어안았다. 그는 내 것이다.

 

 

 

, ! 빨리이, 으흑, !”

이름, 종대야. 내 이름.”

, 찬녀, 으읏! ! 찬녀라, 찬녀리, , 아흐윽!!”

 

 

 

 침대가 들썩일 정도로 난폭한 움직임이 뚝 멈췄다. 뜨듯한 정액이 내벽 깊숙한 곳에 분출되는 것을 느끼며 종대도 움찔대고 사정했다. 돋아난 핏줄을 물어뜯고 싶은 욕망을 참아낸 찬열이 종대의 입술을 물었다.

 

 

 

 완벽한 각인이었다.

 

 

 

 

 

 

 ‘박찬열이 C급 센티넬과 각인했다는 소문은 금세 부서 전체에 퍼졌다. 다들 저를 질타할 거라는 찬열의 예측과는 달리 부서 내 여론은 의외로 종대에게 좋지 않았다. 그렇게 센티넬의 자존심도 버리고 쫓아다니더니 결국 지 분수에 차고 넘치는 가이드를 얻었다며 수군댔다. 조사실에서 날밤을 꼬박 센 찬열의 귀에 들어왔으니 센티넬 격리실로 간 종대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각인동안 내내 가이딩을 하긴 했지만 나처럼 밤새서 조사를 받으면 분명 힘들 텐데. 찬열이 피곤한 눈을 눌렀다. 공식적인 배정을 받지 못한 둘이 멋대로 각인한 죄로 부서에 귀환하자마자 수사에 들어갔다. 나중에 너의 진짜 센티넬이 나타나면 어떡할 거냐 화를 내는 연구원들에게 찬열은 심드렁히 대답했다. 걔도 매칭률 10프로짜리 가이드 붙여요. 쥐방울이랑 나는 가이딩 효과 끝내주던데?

 

 

 

 저야 가이드고 A급이니 당당하게 대꾸할 수 있으나, 찬열은 종대가 걱정스러웠다. 바깥 여론도 좋지 않은데 연구원들이 몰아가면 쩔쩔매지 않을까. 무리해서 또 몸이 상하진 않을까. 이제 다른 사람의 가이딩은 통하지도 않을 텐데. 딱딱한 철제 의자에 앉아 멍하니 생각하던 찬열이 피식 웃었다. 각인한 몸이라고 걱정돼 죽겠네. 가이드에게도 집착 증상이 나타난단 말은 없었는데

 

 

 

 끼익, 다시 한 번 조사실의 문이 열렸다. 밥이나 달라고 하려 했던 찬열이 입을 꾹 다물었다. 저를 조사하던 부서 연구원들이 아닌, 센티넬 특수 병원 의사 김민석이었다. 찬열을 볼 때 마다 얼굴을 구기던. 하얀 가운을 입은 그가 딱딱한 얼굴로 들어와 찬열의 앞에 앉았다.

 

 

 

뭐에요, 각인 했으니까 혈액 샘플이라도 채취하래요? 거 좀 풀어주고 하면 어디 덧나나. 내가 뭐 얼마나 큰 죄를 지었다고.”

할 말이 있어서 왔어.”

나만 보면 경멸하기 바쁜 김민석 선생님이 할 말이 있다고?”

 

 

 

 유들유들한 찬열의 말투에 인상을 쓴 민석이 품 안에서 서류 파일을 꺼내 책상 위로 던졌다. 스윽 미끄러진 종이봉투는 밀봉 상태였고, 겉면에 기밀문서라 휘갈겨 써져있었다. 뭐에요 이게? 찬열이 묻자 민석이 간략하게 답했다. 내가 널 싫어했던 이유.

 

 

 

 

 

 

 헉, , . 거친 숨을 몰아쉬며 찬열이 센티넬 청사 안을 내달린다. 빨리, 더 빨리. 3층 끝에 위치한 센티넬 격리실을 발견한 찬열이 손에 쥐고 있던 ID 카드를 들어 경호원들의 제지를 막았다. 마지막 문까지 열자 반으로 분리된 방이 나왔다. 당황해 일어서는 연구원들을 뿌리친 찬열이 유리문을 열었다. 그 안에, 자신의 센티넬이 있었다.

 

 

 

 

너와 김종대의 종합 매칭률 분석표야. 맨 밑에 보이는 건 종합 퍼센테이지. 99%.’

뭐요?’

‘10%가 아니라, 99%라고.’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에요?’

위에서 압력이 있었어. 네 가이드 능력이 대한민국 최상위였기 때문에, 고작 C급인 센티넬과 각인시키기엔 아깝다고. 다른데 이용하자고. 상부 명령을 받고 내가 결과를 바꿨어. 절대 각인할 수 없도록.’

미쳤어요? 일부러 바꿨다고? 아니, 씨발, 당신이 그래도 돼? 쥐방울, 김종대 걔가 날마다 응급실에서 날뛰는 거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았어?!’

걜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어. 스스로를 부정하기 힘들어서 대신 널 탓했지. 네 능력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면. 네가 BC정도의 가이드였다면. 너와 김종대의 거리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면.’

씨발 지금 나랑 장난해?!!’

미안하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돌려놓으려고 해.’

 

 

 

 

 유리문 너머는 눈이 멀도록 하얬다. 힘을 쓸 수 없도록 방해전파를 쏘고 있을 것이다. 종대는 그 안에서 흰 환자복을 입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저를 나무라는 목소리가 두렵고, 능력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무섭다는 듯이. 턱 끝까지 찬 숨을 고른 찬열이 그를 불렀다. 종대야.

 

 

 

찬열 씨!”

 

 

 

 황급히 몸을 일으킨 종대가 그를 와락 껴안았다. 1%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맞춘 것처럼 몸이 딱 들어맞는다. 으스러지도록 껴안아 가이딩의 기운을 풀며 찬열은 생각했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오직 1%였는데, 그렇게 멀지 않았는데. 빨리 알았더라면 널 고통 속에 둔 것을 알고도 여유로운 발걸음은 하지 않았을 텐데

 

 

 

 

 

 

 조사위원회가 발칵 뒤집혔다. C급 센티넬 김종대와 A급 가이드 박찬열의 종합 분석표를 조작하도록 명령한 고위 연구원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민석은 어떤 명령을 받았는지 담담히 증언했다. 반 년 간 찬열이 간단한 접촉으로 수십 명의 가이드 없는 센티넬을 살렸다는 게 밝혀지며 조작할 만 했다는 반응이 나왔으나 비판에 금세 사그라졌다. 대신 아직 턱없이 부족한 가이드의 인권 향상에 대한 논의가 대두됐다.

 

 

 

글쎄, 우리 집은 센티넬의 인권 향상이 더 중요하지 않아?”

 

 

 

 난 아직도 가이드한테 박히는 센티넬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거든. 리모콘을 더듬어 TV를 끈 찬열이 종대의 허리를 감싸 쥐었다. 찬열의 위에 앉아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던 종대가 생각할 겨를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소파 위 겹쳐 앉은 자세는 불편했고, 아래의 사정도 급했다. 자세가 자세인지라 찬열의 성기가 너무 깊게 박혀있다.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고 죽을 만큼 좋았다. 아으, , 하앗. 벌써 기운이 빠져 제 어깨에 이마를 부비는 종대를 보며 찬열이 혀를 찼다. 힘이 빠진 종대 대신 아래에서 위로 몸을 들썩이며 핀잔을 준다. 아무튼, 능력도 섹스도 발전이 없어요. 괘씸한 쥐방울 같으니.

 

 

 

 

 부단히 노력했지만 종대의 등급은 여전히 C. 그는 C+ 이상의 임무에서 여전히 힘들어했고, 능력이 바닥나는 시간도, 잠재력도 낮았다. 수치상으로 볼 때 찬열과 종대의 거리는 아직도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대한민국 최상위 1%A급 가이드와, 잔챙이 같은 임무에도 뽑히지 못하는 C급의 센티넬. 탑 꼭대기와 밑바닥만큼 좁혀지기 어려운 거리.

 

 

 

 절정이 다가오자 종대가 더욱 꽉 찬열에게 매달렸다. 이제 나가지도 못하고 더욱 깊숙이 밀어 넣으려고만 하는 찬열을 힘껏 끌어안는다. 그들 사이의 단 1%의 저항도 무색 하게 맞닿는다. 태초부터 하나였다는 듯이, 너는 내 것이고, 내가 너의 것이고 증명하듯. 찬열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있던 종대가 고개를 들자 찬열이 입술을 부딪쳐 온다. 종대는 열렬히 키스에 응했다.

 

 

 

 너와 나 사이의 거리, 이제 빈틈은 없다.

 

 

 

 

 

 

 -




찬첸 자유 합작에 센티넬버스 주제로 참가했어요!


찬첸합작 홈페이지(http://chanchenc.dothome.co.kr/) 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W^! 많은 존잘님들의 그림과 글 보러가세요♥


존잘님들 사이에 얼마나 부끄러운지....블로그에 올리면서 수정 후 처음으로 다시 읽어봤네요..ㅠw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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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판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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