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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19 [됴첸] 허세의 끝
  2. 2016.07.06 [됴첸] 電常落於地 2
  3. 2016.03.27 [됴첸] 발신인 불명(發信人不明)
  4. 2016.01.04 [됴첸] I'm Your Father 5

[됴첸] 허세의 끝

2016. 9. 19.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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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첸] 電常落於地

2016. 7. 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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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인 불명(發信人不明)

w.판더비

 

 

 

 

 

 

 

 네가 이렇게 술 취한 모습도 오랜만이다, 종대야.

 

 

 

 들뜰만해. 무려 1년간의 대장정이었던 콘서트가 끝났으니까. 중국 각지를 돌았고, 데뷔 때부터 공통된 꿈이었던 돔 무대를 채웠고, 저 멀리 미주 투어도 돌았어. 그 와중에 개인 활동도 있었지. 사실 내일 스케줄 걱정 안 하고 이렇게 앉아 있는 게 이상하다. 작년에 너무 바빴잖아. 나도, 너도.

 

 

 

 그랬지. 작년엔 너무 바빴어. 눈 코 뜰 새도 없었던 것 같다.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 고흥의 섬마을에서 다음 씬을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행복할 정도로. 그 오지에서도 틈틈이 다른 영화의 대사도 외워야 했고, 몸도 만들어야 했고. 서울로 돌아오면 또 바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 콘서트를 가고. 지금 생각해 보면, 대체 어떻게 그 모든 걸 해냈던 걸까, 종대야.

 

 

 

 네가 뮤지컬을 시작하기 전엔 넌 날 곧잘 놀렸지. 지방촬영이 끝나 숙소로 올라온 날이면 꼭 울리던 네 웃음소리. 야아, 도경수 더 탔는데에? 종인이 보다 더 까만데? 뭐야 이 근육은- 완전 근육맨이야 도경수우- 운동할 시간이나 있었어? 내 팔뚝을 조물 거리던 너의 작은 손.

 

 

    

 그러는 너도 뮤지컬 때문에 열심히 근육을 만들고 있었잖아. 그 때 우리 둘 다 완전 남자답다고 칭찬도 했었는데. 그 때 찌웠던 근육은 다 어디 갔나 모르겠네. 김종대, 너 말이야, . 언제 또 다시 뺨이 홀쭉해져서.

 

 

 

 여배우를 감싸 안았을 때 다부진 선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말에 열심히 운동을 다니던 네가 생각나. 힘들어 죽겠다고 눈썹을 흩트리면서, 그래서 오늘은 운동 안하고 민석이 형이랑 백현이랑 놀러갔다고 키득댄 게 몇 번이더라. 그랬으면서도 정말 다부진 몸을 만들어 무대에 섰지. 그 때 내가 잘 말했는지 모르겠어, 종대야. 네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 말이야. 첫 공연을 꼭 가고 싶었는데 못 와서 미안하다고, 난 네가 첸이 아니라 정말 베니인 줄 알았다고. 너 정말 잘했다고. 할 말이 정말 많았는데 고작 튀어나간 건 그런 소리였지. 멋있더라 종대야. 내 멋없는 말에도 넌 와줘서 고마워 경수야! 하고 웃어줬는데.

 

 

 

 난, , 부끄러웠던 것 같아. 우리가 공연할 때보다 더 진한 무대 화장을 하고, 대기실이 덥다고 셔츠를 다 푼 채 환하게 웃는 널, 마주 보기가.

 

 

 

 지금 참 좋네. 널 마음껏 볼 수 있어서. 반듯한 이마, 보채는 어린 아이처럼 축 쳐진 눈썹, 달빛이 걸린 기다란 속눈썹, 얌전히 감긴 눈 속 눈동자가 얼마나 반짝이는지 난 알고 있어. 쭉 뻗은 코, 늘 웃는 모양인 올라간 입꼬리. 남자다운 턱선, 동그란 어깨, 작고 투박한 손.

 

 

 

 좋기는 한데, 다리가 저리다. 술에 취해 엎질러서 미안해- 하고 강아지처럼 얼굴을 부비다가 그대로 내 허벅지를 베개 삼아 곤히 잠든 너, 김종대. 너 때문에. 어쩐지 빨리 마신다 했지. 아무리 술이 센 너라지만, 콘서트를 삼일 연속을 하고, 회사 식구들과의 뒤풀이도 하고 왔으면서. 얼마나 흥겨웠으면 나한테 달팍 술까지 엎지르고. 숙소에서 멤버들끼리 가볍게 한 잔씩만 하고 잔다는 게 왜 이렇게 됐냐. 신나서 형들 잔에 술 채운 김종인, 오세훈, 얘들 때문이네.

 

 

 

 너와 내가 마지막까지 잔을 기울였으니 우리가 음식과 술병을 정리해야 할 텐데. 그렇지만 넌 지금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쿨쿨 잘도 자고 있고. 덕분에 난 다리에 쥐가 나고. 팬들한테 너라고 말 안하고 이 얘기하면, 엄청 욕할 걸. 누가 디오 오빠 다리 저리게 오빠 허벅지를 베고 자냐고. 나중에 인터뷰 때 얘기해 볼까. 그럼 넌 민망하게 웃으면서, 아유 죄송합니다 디오 씨! 라고 할 거야. 나중에 허벅지 베개 한 번 빌려드리겠다고 하면서.

 

 

 

 …그냥 일어나면 되는데. 그렇지 종대야. 널 깨워서 방으로 보내거나, 저기 있는 쿠션을 대신 밀어 넣어 주거나. 그것도 아니면, 단지 널 세게 흔들어 깨운다면, 넌 기꺼이 미안해 경수야, 하고 일어나서 미안하니까 내가 다 하겠다고, 경수 넌 이만 들어가서 자라고 뒷정리를 할 텐데.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종대야.

 

 

 

 종대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이타적인 사람일 거야. 더 어렸을 때 나는 네가 어떤 부모님께 자란 걸까 궁금해 하기도 했어. 가끔 네가 연결해주는 너의 어머님과의 통화에서 알았지. 네 다정함은 다정함으로부터 기인한 거구나. 세상에는 너처럼, 이렇게 배려 깊고, 이타적이고, 다정한 사람도 존재하는 구나.

 

 

 

 그런데 널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도 들곤 해. 나는 괜찮으니까, 너도 잘 돌봤으면 좋겠다고. 일일이 모든 멤버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네 마른 뺨, 마른 배부터 찌웠으면 좋겠다고. 우리가 나이를 먹고 많은 일을 겪었다고 해서, 네가 진중해질 필요는 없으니,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고. 괜찮으니까, 종대야.

 

 

 

 

 밤이 참 깊다. 별빛조차 빛나지 않는 밤, 어스름한 달빛만이 거실을 비춰. 고흥의 새벽엔 별이 촘촘이 떠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별들이 모두 내게 쏟아질 것만 같았어. 범실이에게 그 별은 모두 순옥이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겠지.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꿈을 품고 있었겠지.

 

 

 

 컷 소리가 나면 나는 다시 나, 도경수로 돌아와. 나에게 쏟아지는 그 별빛엔, 그 새벽의 별엔.

 

 

 

 

 저린 다리를 살짝 들면 너의 눈가도 움찔. 그래서 움직일 수가 없다. 대신 이렇게, 색색 잠이 든 너는 듣지 못할 편지를 써 본다. 배경은 저 까만 밤하늘, 잉크는 간간히 빛나는 별들.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할 편지. 맥주 몇 잔에 취해 횡설수설 재미없는 나의 편지. 늘 네 마음을 한껏 표현해서 술술 잘 말하곤 하는 너와 달리, 긴 말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못하는 나는 이렇게 밖에 얘기할 수밖에 없어. 부끄럽네.

 

 

 

 네가 엎질러 술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모두 흩어지고 너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보고 얼마나 안도했는지 몰라, 종대야. 미안하다고 엉겨 붙는 널 귀찮게 미는 척 했지만,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는 걸 넌 눈치 챘을까. 늘 남에게 신경 쓰느라 스스로에게 둔한 넌 아마 아무것도 모르겠지. 난 늘 너에게 달랐는데, 너는 왜 애타게 그저 웃기만 해.

 

 

 

 그런데, 괜찮아. 괜찮아 종대야. 네가 다른 멤버들 편에 서서 경수는 날 돌아봐주지도 않고 무시해요- 라고 말하고 다녀도.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다 날 베고 잠들어 내 다리에 쥐가 나게 해도, 암묵적으로 남은 사람들이 치웠어야 할 저 난장판을 나 홀로 치우게 되어도, 괜찮아. 너니까 괜찮아. 종대야.

 

 

 

 나는 언제나 너라서 괜찮았어.

 

 

 

 그러니까, 너도 한 번쯤은 괜찮아줄 수 있어? 배려 깊은 너는 물론, 언제나 날 보듬어주겠지만, 이 번 한 번만은 더 큰 아량으로, 커다란 이해심으로.

   

 

  방금 전의 키스를, 괜찮아 해주길.

 

 

 

 써내려갔지만 적혀지지 않는 밤이다. 이 밤에 깨어 있길 잘 했다. 네 입술에 도둑처럼 입을 맞추고, 다정하게 네 머리를 쓰다듬어도 아무도 놀라지 않고, 의아해 하지 않는 밤. 미약한 술 냄새에 다시금 취해서, 내일의 나조차도 잊어버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그리하여 밤하늘에 써내려간 이 편지는 발신인 불명. 이름이 없기에 보낼 수도 없는 마음.

 

 

 

 그래도 괜찮아. 종대야. 너라서.

 

 

  -

 

 

됴첸 전력 너니까 괜찮아참가물.

이렇게 훌륭한 주제에 덤벼든 제가 잘못했네요...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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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판더비
,

[됴첸] I'm Your Father

단편 2016. 1. 4. 00:19

 

 

*알오물+육아물

 

 

 

 

 

 

 

 

I’m Your Father

w.판더비

 

 

 

 

 

 

 

 

 

 

압빠.”

, 깜짝이야.”

 

 

 

 대체 저 얼굴은 봐도 봐도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던 종대가 행주를 내팽겨 치고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오는 강우를 번쩍 들어올렸다. 강우야, 왜 여기 있어? 아빠랑 같이 왔어? 종대의 질문에 도경수의 복제판이래도 믿을 강우가 도리짓을 했다. 입은 굳게 다물고 커다란 눈으로 쳐다보기만 하는데, 종대는 이게 혹시 도강우가 아니라 도경수는 아닐까 잠시 고민해야 했다.

 

 

 

그럼? 어떻게 혼자 왔어?”

, 아부지가, 유치원 선샌님이, 유치원 빠방이 압빠한테 데꼬오래.”

 

 

 

 응, 너네 아빠가 유치원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유치원 버스 이 앞에 내려달라 했다고? 강우가 늘어놓는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종대가 유아용 의자를 끌고 와 강우를 앉혔다. 삼촌이 맛있는 튀김 줄게. 조금만 기다려. 종대가 기름 온도를 들여다보다 고로케와 고구마튀김을 집어넣자 강우가 포크를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압빠! 압빠 조심!

 

 

 

아빠 아니고 강우야, 삼촌.”

압빠 조심!”

누가 도경수 아들래미 아니랄까봐

 

 

 

 생김새는 물론 고집도 판박이다. 조리대에서 몸을 조금 떨어트려 강우에게 제가 안전하다는 걸 보여준 종대가 한숨을 쉬었다. 한 번도 아빠라고 가르쳐 준 적 없는데 왜 자길 아빠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기계 상단의 타이머를 맞춘 종대가 핸드폰을 꺼내 강우의 진짜 아빠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도경수, 니 아들 우리 가게 와있어.

 

 

 

 

 

 경수와 종대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다. 학기 초 경수가 반장이 되고 종대가 부반장이 되면서 친해졌는데, 어쩌다보니 대학교도 같은 곳엘 갔다. 솔직히 반장과 부반장으로 자주 묶여 다닐 때만해도 종대는 경수와 이렇게 길게 인연을 맺을 줄 몰랐다. 발랄했던 저와 달리 경수는 매우 조용한 성격이었고, 다니는 무리도 달랐다. 무엇보다 그는 알파였다.

 

 

 

 지나가는 대다수 사람이 상관없는 베타이고 오메가의 인권 운동으로 차별 없는 세상이 됐다지만 종대는 이 문제에 제법 신중했다. 본인이 바로 남자 오메가이기 때문이다. 기업 면접을 볼 때마다 면접관들은 젠더란에 남성, 오메가로 체크된 종대의 이력서를 보고 아주 흥미롭게 종대를 훑곤 했다. 그건 꼭 발가벗겨져 정육점에 걸린 소를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이미 사춘기 이전에 그런 시선에 신물이 난 종대는 알파오메가 문제에 앞에선 늘 신중하게 결단을 내렸다. 남성오메가로서 회사에서 히트사이클을 맞으면 잘 처신할 자신이 있나, 묻는 굴욕적인 기업 면접을 보지 않기로 했고, 알파 부인을 맞을 생각도 깔끔하게 접었다. 아마 열일곱 살 때도 알파인 도경수와는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지, 결심했었을 것이다.

 

 

 

 

아부지!”

종대야.”

 

 

 

 …하나도 소용없게 돼버렸지만 말이야. 서류 가방만 든 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경수를 보며 종대가 입술을 삐죽였다. 애 딸린 돌싱남이 저렇게 잘생겨도 되나? 싶었다. 종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 없는 경수는 고구마튀김을 입에 잔뜩 물은 아들 옆에 털썩 주저앉아 묻은 것을 닦아주고 있었다.

 

 

 

애가 여기로 온다하면 나한테 전화를 하지. 강우 혼자 여기까지 걸어왔잖아. 선생님이 저기 편의점 앞에 내려 줬나봐. 여기까지 오지도 않더라.”

혼자서도 걸어 올 수 있는 나인데 뭐.”

뭐어? 야 요즘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 강우 아직 애기야. 사탕발림에 누가 데려 가봐, 그럼 어떡해?”

강우 애기 안니야, 압빠!”

아니라잖아.”

 

 

 

 똑같이 생긴 두 얼굴을 보고 있자니 심란해졌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애아빠나, 5살 주제에 지 아빠랑 똑같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애기나. 종대가 한숨을 푹 쉬며 냉동고에서 튀김을 더 꺼냈다. 퇴근하고 배고플 경수에게 한 상 차려줄 생각이었다. 아내와 이혼한 이후 경수는 종대네 튀김집에서 종종 저녁을 해결하곤 했다.

 

 

 

 

 알파들은 일반 베타보다 결혼 적령기가 낮았다. 친구인 백현은 이 사회적 분위기에 여기저기 씨뿌리기 전에 빨리 가정 만들어 정착하라는 선조들의 지혜가 아니겠냐 일침을 가하곤 했다. 여기저기 씨뿌리기 싫은 어느 알파들이 그렇듯 경수도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선을 보고 결혼을 했다. 예쁘게 생겼지만 다소 차갑던 인상의 경수 아내를 기억한다. 그래도 알파와 오메가니, 종대는 축의금을 넣을 때만 해도 둘이 잘 사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혼을 앞두고 잔뜩 굳은 도경수에게 충고도 했었다. 야 임마, 너는 그 무뚝뚝한 성격 좀 고치면 딱이야. ? 도저히 입을 못 떼겠다 싶으면, 그냥 페로몬 훌훌 풀고 말어. 그게 다 해결해 주겠지.

 

 

 

 

 그 놈의 무뚝뚝한 성격이 문제였을까. 그래도 만날 때마다 서로에게 예의바라 보였던 부부가 왜 이혼을 했는지 종대는 아직도 몰랐다. 가끔 쌀쌀맞은 얼굴을 내비췄던 제수씨는 두 살 먹은 강우의 양육권을 포기하고 재산 반절을 챙겨 떠났다. 당시 종대는 면접에 수치심을 느껴 취직을 포기하고 어머니의 만두가게를 이어받아 튀김집으로 개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테리어 공사 인부들을 돌려보낼 즘에야 저와 경수, 찬열, 백현이 있는 단톡방에서 이혼 소식을 본 종대는 깜짝 놀라 바로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과 달리 경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종대 너네 집 앞이라는 말만 하곤 뚝 끊었다. 허겁지겁 오피스텔로 달려가니 애를 껴안고 정장에 기저귀가방을 찬 경수가 종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 너 대체

종대야, 잠깐 신세 좀 지자.’

뭐어?’

나 본가 들어가면 죽어, 종대야.’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데 도경수가 정말 죽기라도 할 것 같아 덜컥 겁을 먹은 종대는 순순히 경수와 어린 강우를 집에 들였다. 그 뒤로 반년동안 경수는 종대의 오피스텔에 얹혀살았다. 아침이면 회사에 가야 하는 경수 대신 어린 강우를 돌보는 건 종대 몫이었다. 단어를 줄줄 내뱉는 강우에게 손수 아침을 떠먹이고 아침동안 놀아주다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을 하면, 되도록 정시에 퇴근하는 경수가 강우를 픽업해 또 저녁을 책임졌다. 튀김을 안주로 하는 술손님이 돈인 종대는 새벽 늦게 집에 들어왔는데, 경수는 때로 그때까지 종대를 기다렸다. 밤늦게 혼자 다니면 위험하니 걱정된다며.

 

 

 

 

 그 때 종대는 막 시작한 튀김집 매출보다 스물 중반에 이혼남 딱지를 뗀 경수의 안위가 걱정이었다. 그래서 경수가 하는 제 걱정이 어이가 없었다. , 내가 오메가인 것 땜에 걱정이면, 내 앞에 니가 제일 위험한 거 아니냐. 기분이 구려서 너도 기분 나빠 보라고 던졌던 말에도 경수는 그저 한 번 픽 웃고 말았다. 그러네. 씻고 자라.

 

 

 

 서로를 제법 신경 쓰는 듯 했지만 실상 함께 살던 반 년 동안 둘이 가장 충실했던 건 강우를 키우는 일이었다. 서툰 남자 둘이 좌충우돌 육아에 부딪히면서 종대는 점차 깨달아갔다. 도경수가 왜 지네 친형도, 백현과 찬열도 아닌 저를 찾아왔는지. 그건 종대 자신이 오메가였기 때문이다. 남자지만 임신을 할 수 있는 몸이다. 여자 앞에선 더 말이 없는 경수는 주변에 시커먼 남자들만 득실득실했다. 걔 중 강우에게 조금이라도 모성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오메가인 김종대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기분 나쁜 편견이지만 종대는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 사실 도경수 앞에선 저의 신중한 젠더관련 판단법이 곧잘 흐려졌다. 그건 경수가 알파임에도, 딱히 제 앞에서 티를 내지 않아서인지도 몰랐다. 알파들은 대부분 그렇다. 상대가 오메가인 걸 알면 무의식적으로도 위에 군림하려 들었다. 그러나 경수는 달랐다. 둘은 오랜 시간을 알았고 반년은 같이 살기도 했지만, 경수는 한 번도 장난이라도 종대에게 페로몬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오메가여서 밤늦게 다니는 것이 걱정돼. 도경수가 김종대의 성질에 신경 쓰는 건 그게 다였다.

 

 

 

 어쨌거나, 경수의 악의 없는 모성애 생각은 다 틀렸다. 종대는 강우를 키우는 것에 너무나 서툴렀으니 말이다. 반년동안 종대가 한 강우 육아의 가장 큰 업적은 장난감 사줘서 울음 그치기였다. 말하는 것, 기저귀를 떼는 것, 수저질을 하는 것, 옷을 입는 건 모두 경수가 가르쳤다. 알바생에게 일을 맡기고 잠시 집에 들어오면 경수는 꼭 강우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걸 볼 때마다 종대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니까 꼭가정을 이룬 사람 된 것 같아서.

 

 

 

 

조심.”

어엇.”

 

 

 

 옛날 생각에 빠져 기름을 계속 끓이기만 하고 있던 종대를 어느새 다가온 경수가 살짝 끌어당겼다. 퍼뜩 정신을 차린 종대가 온도를 낮추며 강우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 그러나 이미 강우는 포크를 든 손을 쿵쿵 내려치며 화를 내고 있었다.

 

 

 

쪼시임!! 압빠 쪼심!!”

어어, 미안해. 미안해 강우야. 조심할게.”

애한테도 잔소릴 듣냐, 김종대.”

 

 

 

 피식 웃으면서도 경수는 종대를 조리대 뒤로 밀었다. 가서 강우나 달래. 나 안 먹어도 괜찮아. 자신의 가게지만 종대는 순순히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지은 죄가 있어서였다.

 

 

 

 

 경수와 강우는 꼭 반년만 종대의 집에 신세를 진 뒤 나갔지만, 그 뒤로 종대와 자주 만났다. 오히려 대학 때 얼굴 많이 못보고 살았구나 싶을 만큼 자주였다. 종대는 아무 눈치도 주지 않았으나 경수는 멋쩍게 해명하곤 했다. 강우가 자꾸 널 찾아. 확실히 강우는 같은 삼촌인 찬열이나 백현보다 종대는 훨씬 많이 따랐다. 반년이래도 같이 살았다고 그런가보네. 종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좁은 튀김집에 유아용 의자를 들여놨다.

 

 

 

 그 때도 강우가 놀러와 있었다. 경수는 부장님께 전화가 걸려와 잠시 가게 밖에 나갔고, 학생들에게 고로케를 많이 팔아 신이 난 종대는 저녁 판매 전에 기름을 한 번 갈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튀김의 생명력은 깨끗한 기름이지! 새 기름통을 준비한 종대는 색이 누래진 조리대의 기름이 식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 심심했는지 강우가 압빠, 압빠하고 저를 불러대고 있었다. 거기에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어어, 강우야 잠시만. 그래서 종대는 차 식지 않은 기름을 폐식용유 통에 옮기기 시작했다. 애 앞에서 그렇게 서두르면 안 되는 거였다.

 

 

 

어엇-!’

압빠!!!’

 

 

 

 아차 하는 순간에 통을 놓쳤다. 열을 품은 기름이 허공에 떠올랐다가 종대를 덮쳤다. 뒤로 물러서며 얼른 팔로 막은 덕에 얼굴은 다치지 않았지만 오른 팔은 이미 기름이 튄 뒤였다. 조리하며 느꼈던 것보다 더한 뜨거움에 주저앉은 종대가 새된 소리를 질렀다. 강우는 울고, 팔은 뜨겁고. 엉망인 가게는 놀라 들어온 경수가 수습했다. 서둘러 가게 문을 닫고 응급실로 향하면서 종대는 찬 수건을 감지 않은 팔로 엉엉 우는 강우를 달래야만 했다.

 

 

 

 

압빠 아야하자나!”

아니야 강우야, 안 다쳤어. 그리고 아빠 아니고 삼촌, 강우야.”

아야하면 안대지!”

, 그럼. 아야하면 안 되지.”

 

 

 

 경수의 빠른 조치 덕분인지 2도 화상의 진단만 받고 한 달 간 병원을 드나들며 치료를 받았다. 경수와 강우의 성화 속에 열심히 연고를 발라 지금은 약간의 흉터밖에 남지 않았는데, 강우는 종대가 조리대 앞에 서면 불안해서 조심하라며 옹알대기 바빴다. 도경수를 똑 닮아서 도경수같은 말을 하니 종대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임해 이제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렇게 난리다.

 

 

 

, 타이머 옆에 강우 저 목소리 녹음해서 달아 놓을까봐. 진땀이 다 난다.”

알면은 좀, 조심하고 또 조심해. 알았어?”

네네. 도 부자 앞에서 제가 뭔 말을 못하네요.”

 

 

 

 정장차림의 경수가 새우튀김을 튀겨 종대 앞에 놓았다. 이따 맥주 찾는 손님들 몰려오면 너 밥 먹을 시간도 없을 텐데, 먹어. 포크까지 찍어 건네주는 걸 얌전히 받았다. 강우는 다시 열심히 감자고로케를 헤집고 있었다. 종대가 눈을 내리 깔고 바삭한 튀김을 씹었다. 도경수도 참 너무한 놈이라고 생각 중이었다.

 

 

 

 

 나 가정 같은 거 이루기 힘든 사람인데, 근데 넌 왜 자꾸 날, 기대하게 해?

 

 

 

 가끔 알파인 것도 까먹을 만큼 페로몬 관리를 잘하는 경수는 이미 온 몸으로 선포하는 거나 다름없다. 우리는 알파와 오메가지만, 절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될 수 없다고. 경수로서는 오메가인 종대를 위한 배려일 것이다. 그러나 종대는 그게 슬펐다. 알파 여자와 결혼할 생각을 접은 종대에게, 나와도 그런 걸 할 생각이걸랑 어서 접으라는 것 같아서.

 

 

 

 열일곱, 멋대로 내 맘에 쳐들어와 놓고. 결혼한다고 내 맘 다 부숴놓을 땐 언제고 이혼해서 우리 집 쳐들어와 함께 살고, 이렇게 셋이 오순도순 가족행세를 하고. 진짜 너무한 새끼. 쓸데없이 친구한테 친절해서 더 나쁜 놈.

 

 

 그런 생각을 하며 종대는 강우의 지저분한 입가를 꼼꼼히 닦아주었다.

 

 

 

 

 

 

  *

 

 

 

 

 남들 다 번듯한 정장 입고 다닐 때 앞치마 입고 뜨거운 튀김을 조리하다 보면 가끔 허탈해졌다. 내가 이러려고 대학교에 비싼 등록금 바치며 아등바등 공부한 거 아닌데. 그 놈의 오메가가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초라하게 만드냐. 씨발, 회사에서 히트사이클이 오면 약을 먹지, 그 대답이 그렇게 별로였나. , 히트사이클이 오면 발가벗고 본부장실에 쳐들어가 허리를 흔들겠습니다. 했으면 지금쯤 남들처럼 회사 다닐 수 있었을까.

 

 

 

 알파오메가 평등 시대라고 해도 은연중에 깔린 편견을 이겨내긴 힘들었다. 그 편견이 무서워 엄마의 만두가게로 숨어들었지만, 여기도 세상이긴 세상이었다. 지난 밤 취한 손님이 난동 부리려는 걸 막아서다가 오메가 냄새가 난다고 희롱을 당했다. 손님 중에 알파가 있었던 모양이다. 알바생인 세훈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의연하게 부딪혀 몰아내긴 했지만, 종대는 이럴 때마다 저의 직장인 가게에서도 도망치고 싶었다. 알파가 없는 세상으로, 겁먹지 않을 세상으로, 저에게 알파임을 내세우지 않는, 도경수에게로.

 

 

 

하으

 

 

 

 하지만 도경수에게 알렸다간 그 놈 조용하다가 가끔 폭발하는 성질에 뭔 짓을 저지를지 몰랐으므로 종대는 터덜터덜 집에 돌아와 자는 것을 택했다. 노곤해서 정신없이 자다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몸이 후끈후끈한 기분. 침대 위에 얼굴을 부비던 종대가 별안간 스치는 생각에 눈을 확 떴다.

 

 

 

, 설마

 

 

 

 일정을 확인해보니 딱 그거다. 히트사이클. 어제 오메가 냄새니 뭐니 하는 소리를 그냥 들은 게 아니었다. 종대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히트사이클 오는데 왜 몰랐지. 최근 가게에 허니감자튀김 신 메뉴가 불티나게 팔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긴 했는데, 이걸 까먹을 줄이야. 이미 시작된 이상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을 거였다. 기분 나쁘게 움찔대는 구멍을 애써 모르는 척 하며 종대가 베개에 얼굴을 처박았다. 제발, 기절이라도 하자

 

 

 

 

 몸을 휘감는 열기에 소원대로 까무룩 잠을 잤다가 다시 깼다. 종대는 비몽사몽간에 가게를 생각하고 세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세훈에게 푹 쉬시라는 답을 받고 핸드폰을 끄려는데 새로운 알림이 떴다. ‘너 어제 가게에 일 있었다며.’ 도경수였다.

 

 

 

오세훈 이 촉새 새끼

 

 

 

 얘네 둘 통성명 시키는 게 아니었어. 종대는 그대로 핸드폰을 반대편으로 던졌다. 답장할 여력이 없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한층 더 몸이 달았다. 종대의 손이 자연스럽게 다리 사이로 향했다. 잠시 망설이던 손이 이미 한껏 젖은 기둥에 닿았다. 흐으읏-! 이미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종대가 덜덜 떨며 다른 손도 밑으로 내렸다. 좀 더 은밀한 곳으로.

 

 

 

 경수와 같이 살 땐 정말 열심히 약을 챙겨 먹었다. 피곤해도 절대 알파 페로몬을 흘리지 않는 경수를 보며 자존심이 상해 더욱 열심히 단속했다. 내가 오메가라 혹시 어린 도강우한테 도움 될까봐 우리 집 와놓고. 그래, 나도 완전 열심히 페로몬 집어넣을 거거든. 너 따위 나도 관심 없어.

 

 

 

 웃기지도 않다. 지금 종대는 경수를 생각하며 젖은 뒤를 쑤시고 있었다.

 

 

 

하으, 경수, , 아아!”

 

 

 

 열락에 들떠 눈물이 터졌다. 아니, 슬퍼서 터진 눈물일 거다. 그렇게 친근하게 지내봤자, 가끔 나에게만 신경 쓴다고 생각해봤자 모두 허상이었다. 도경수는 강우 외에 관심이 없고, 내가 경수 저를 생각하며 자위한다는 것도 하나도 모를 거다. 이 모든 건 다 꿈이다. 모든 건

 

 

 

 

김종대.”

흐으응, , 수야.”

, 씨발.”

 

 

 이 모든 건,

 

 

 

 울고 있을까봐 달려왔더니, 드디어 터졌구나.

 

 

 

 뭐? 공상이라기엔 몸에 와 닿는 경수의 체온이 너무나 따듯했다. 무엇보다,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는 페로몬이 자극적이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꼭 경수만큼 단정하면서도, 경수만큼 청량한 향이 방 안을 채웠다. 향으로만 자극당한 구멍이 절로 벌름댔다. 종대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베개에 세게 문질러 닦으며 몸을 피하려 했다. , 경수야? 그러나 경수는 단단하게 종대의 허리를 붙잡고 종대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귀가 예민한 종대가 다시 몸을 비틀어봤지만 소용없었다.

 

 

 

하도 티를 안내서, 나는, 다른 맘 준 애인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 , , 안 대에.”

종대야, 왜 안 돼. 어머니 아버지한테, 다 알리고 동의 얻고 이혼한 거, 너한텐 왜, 숨겼는데.”

흐응, , 아읏! 경수야아!”

같이 지내다보면, 비열하게, 이럴 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해서.”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종대의 귀부터 몸까지 입술을 찍어 길을 만들며 내려온 경수가 종대가 입고 있던 홈웨어의 아랫도리를 쉽게 벗겨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고 말끝을 흐린 경수가 종대의 골반을 고쳐잡았다. 경수의 얼굴이 묘하게 달떠있었다. 네가 하도 알파들이 페로몬 뿌리고 다니는 거에 질색을 해서 더 열심히 갈무리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한번 풀어나 볼 걸. 경수의 알파 페로몬을 처음 접한 종대는 정리가 되지 않는 머리를 굴리려고 애썼다. 왜 여기 있지? 경수가 왜 페로몬을, 경수가 방금 뭐라고 했지? 그러나 원하던 알파를 앞에 둔 몸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종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래 자리 잡은 경수를 향해 다리를 벌렸다.

 

 

 

아흐윽, , 아앙, , ! 경수야! 아윽.”

 

 

 

 풀어줄 것도 없이 한껏 달아오른 아래는 경수의 성기를 쑥 받아들였다. 아픈 것도 몰랐다. 종대는 만족감에 엉엉 울었다. 간신히 정장마이와 바지만 벗은 경수가 종대의 젖은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아주 숭고하다는 듯이. 이내 경수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자 종대가 꺽꺽대며 경수를 다급히 끌어안았다. 경수는 다시 종대에게 입을 맞추었다.

 

 

 

미안, , 종대야.”

으흥, ! 아앗!”

좋아해.”

아앙, 경수, , 흐응, , 아흐응!”

 

 

 

 조심스러운 키스와는 다르게 아래는 난폭했다. 깊게 들어오는 것에 자지러진 종대가 본능을 이긴 두려움을 느끼고 자꾸만 몸을 빼려 했다. 하지만 경수는 손에 깍지를 끼고 종대의 허리를 단단히 잡아챘다. 그 언젠가 화상을 입은 팔목을 잡아당겨 가만히 입을 맞추면서도 아래의 움직임은 빈틈이 없었다. 자극 당하는 모든 곳이 포인트였다. 종대의 성기는 이미 잔뜩 서서 쿠퍼액을 질질 흘려댔다. 숨이 모자라 벌린 종대의 입가도 마찬가지였다.

 

 

 

 

, , 깊어어! 경수, 흐으, 경수야아, 허엉, !”

종대야.”

아앗, ! , 아흐, !”

강우 동생 만들까.”

 

 

 

 노팅 하자는 소리를 점잖게도 한다. 종대는 그 얘기와 함께 깊게 쑤셔진 경수의 성기를 잔뜩 조이며 사정했다. 경수가 반듯한 얼굴을 살짝 구기며 허리에 감긴 종대의 다리를 들어 올려 어깨에 걸쳤다. 정액과 애액으로 하반신이 엉망이었다. 이거 다, 니가 쌌어. 종대야. 사정의 후희로 덜덜 떨던 종대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도경수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근데, 난 아직인데.”

 

 

 

 하으윽! 다시 깊게 쳐올리는 몸짓에 종대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내벽 여기저기를 급하게 밀어붙이는 경수에게 천천히 해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뇌가 흐물흐물 녹아 언어기관에 이상이 생긴 것처럼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오직 헉헉대는 신음소리 뿐이었다. 처음 느끼는 이 페로몬이 너무 자극적이다. 도경수와 몸을 섞고 있다는 것에 다시 흥분이 차오른다. 다시 고개를 드는 종대의 것을 보며 경수가 픽 웃었다. 종대가 좋아하는 웃음. 정신없는 와중에도 종대는 경수의 고개를 끌어당겨 혀를 섞었다.

 

 

 

 

 

 

 

 

 

 

 ‥! ‥ㅃ‥!

 

 

 

압빠!”

으윽

 

 

 

 강우의 목소리에 온통 암흑이었던 시야가 깼다. 돌팔매질이라도 당한 것 마냥 온몸이 아팠다. 종대는 간신히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경수와 똑 닮은 강우가 침대에 매달려 저를 지켜보고 있었다. , 우야. 쉰 목소리로 부르자 강우가 울상을 지었다.

 

 

 

아부지! 압빠가 아파!”

. 강우야. 아빠 아프니까 쉬게 두자. 강우는 나가서 있어.”

 

 

 

 이게 대체 뭐지. 무슨 상황이지. 머리 위로 차가운 수건이 닿았다. 경수가 종대의 이마에 수건을 올려놓곤 흐트러진 이불을 턱 끝까지 올려주고 있었다. 도경수. 알파. 히트사이클. 어지러운 머릿속에 몇 단어가 휘몰아쳤다. 종대는 달뜬 얼굴로 간신히 경수를 불렀다. 도경수

 

 

 

억지로 말하지 마. 목쉬었어.”

미안. 너가 기절까지 할 줄은 모르고. 내가 노팅은 간신히 피했거든.”

 

 

 

 오 시발. 내가 쟤랑 잔 게 정말 꿈이 아니야? 종대의 입이 다시 대책 없이 벌어졌다. 입술을 작게 하트 모양으로 만들며 웃은 경수가 짧게 키스를 했다. 아직 빨간 종대의 볼을 쓸며 경수가 속닥였다.

 

 

 

“너랑 나랑 둘다 너무 오래 삽질했으니까, 아기는 급하게 생각 안 해도 되잖아. 연애부터 좀 하자.”

설마 나 이혼남이라고 찰 건 아니지.”

가게는 세훈이한테 맡겨놨어. 한 숨 더 자.”

 

 

 

 한 숨 자고 봅시다, 강우아빠. 입술에 다시 애닳게 키스한 경수가 세숫대야를 들고 방을 나섰다. 아직도 이게 뭔 일인가 싶은 종대가 멍하니 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 여기는 우리 집이 맞는데, 밖에는 도경수가 부엌을 왔다 갔다하고, 강우가 아빠는 괜찮냐고 묻고다시 몽롱한 잠의 세계로 빠져들며 종대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아빠, 괜찮강우

 

 

 

 강우야, 내가 진짜 너 아빠인가 봐.

 

 

 

 

 

 

 

 

 

 

  -

 

 

강우가 어릴 때 경수가 가르친 가장 중요한 것.

 

◉♡◉:종대는 삼촌이 아니고 아빠. 이게 누구라고? ‘w’(종대사진)

◉♡◉:으브. 빠아.

 

 

 

 

생각했던 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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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판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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